58화 오늘도 활기찬 기분으로 몸을 움직이는 유은이다. 신문 배달도 했고, 심부름도 했고, 집에 달려가 씻고도 왔다. 축축해진 머리가 얼굴에 달라붙는 것도 모른 채 해리의 집에 뛰어가는 유은의 발이 바빴다. 오늘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날이기 때문에 더 바쁜 터였다. 그것은 바로! 애쉬에게 해리를 소개하는 날이었다. 해리를 만난 다음 날 애인이랍시고 해리를 소...
57화 하지만 애쉬의 생각과는 다르게 유은은 조용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는 말이 유은에겐 중요하게 들렸을까.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유은은 그저 묵묵히 낮에는 신문 배달을 하고 저녁에는 애쉬에게 글을 배웠다. 신문사를 그만두려는 애쉬를 만류하며 정보를 함께 모을 것을 원했던 유은이었기에 늘 상점가를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하는 유은은 모든 이에게 자신을...
- 하루에도 수십 번씩 형사들이 유은을 찾아왔다. 바네에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누구한테서 들은 걸까. 미안할 정도로 하루에 수십 명씩 들이닥치는 이곳에서 바네는 고맙게도 청과점을 뒤로 한 채 유은을 돌봤다. 형사들은 집요했다. 몇 시에 앤을 만났느냐, 앤에게 애인이 있었거나 매춘을 하는 사람이었는가부터 앤에게 원한을 품은 자가 있었느냐, 그걸 넘어서서 유은...
56화(1) 더럽고 음침한 골목을 뛰다시피 걷는 발소리와 그런 발자취를 좇는 다른 이의 발걸음은 힘에 겨운 듯 엇박자로 움직인다. 빠른 이의 걸음을 붙잡으려 무어라 소리쳐도 될 테지만, 구태여 입을 다문 애쉬는 그저 다급해 보이는 유은의 뒤를 따를 뿐이다. 코튼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그리고 특종을 위해 몇 번 와본 적 있는 곳이지만, 오...
- 품에 한 아름 안기는 것은 없지만, 제니에게 받은 곡물 빵 한덩이와 조금은 시들해진 무와 야채를 들고서 코튼가를 향해 걷는 유은의 걸음은 다급했다. 근래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연달아 일어나는 살인사건으로 인해 다들 이른 저녁 귀가를 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은도 마찬가지다. 으슥한 새벽녘을 공략하던 살인마가 근래는 대낮에 살인을 벌였기에 모두에게 푸대접...
-55- “신문이요!!” 하늘이 푸르렀다. 날은 선선하니 맑고, 광장은 왁자지껄하니 소란스럽기도 하고 길가에 줄지어진 식당과 상가. 생기가 넘친다고 말하고 싶다만은, 그 옆에 구걸하는 소년, 소녀들과 굶주림에 죽어가는 이들에 죽음의 기운도 흐르고 있었다. 그런 이들을 지나치며 외치고 뛰어다니는 유은은 안쓰러운 이들을 신경 쓸 정신도 없이 바빴다. “안녕!”...
‘날이 밝았습니다. 의미 없는 하루 살아 무엇할까 하지만, 이 흐린 세계 속 흐린 사람이 제 마음속에 들어와 스며들었으니, 이런 거지 같은 시궁창에도 햇빛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매캐한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쉬다 이윽고 피식 웃음 짓고 말았다. 삐쭉거리며 호선을 그리는 그 입술 사이로 채 내뿜어지지 못한 연기가 몽글거리며 올라오니, 이윽고 눈가에 닿아 ...
<시즌4> -54- 사랑이란 무엇일까. 드넓은 초원을 쏘다니는 양을 보며 문득 든 생각에 앤은 쑥스러운 듯 혼자 쿡쿡거렸다. 보는 이는 양뿐이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든 낯부끄러운 생각에 크게 웃을 수는 없기 때문일까 웃음조차 조심스러웠다. 15살 이제는 숙녀가 되어가는 나이. 구불거리는 은발 머리를 하나로 질끈 동여맨 앤은 아직 직장조차 없는 잡...
-53-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얼마나 흘렀냐 콕 집어 묻는다면, 17살이던 아이가 37살이 되었으니 20년이 흘렀다고 정확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곱기만 하던 아이는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모든 행동이 아름답고 곱기가 그지없었다. 물론, 세월에는 장사 없다 하였으니 건강하고 활기찬 아이가 어느 순간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도 한순...
-52- 말의 형태로 변한 연하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우지끈하며 무너지는 보와 지붕의 잔해들에 눈을 질끈 감은 유은은 올라타 있는 연하의 등에서 놓칠 뻔한 털을 꼬옥 움켜쥐었다. 조심스럽다기보다는 과감한 몸짓에 정신 차리지 못하는 모습에 마아는 그 모습에 걱정스럽게 외쳤다.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거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저쪽 걱정은 그만하...
-51- 유은은 단궁 앞에 도착한 상태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늦은 시각 숨어든 쥐새끼처럼 움직이는 몸짓이 아주 위축되어있지만 잽쌌다. 하지만, 멀리서 보아도 눈에 튀는 머리칼과 몸짓은 아무리 숨기려야 숨길 수 없었기에 단궁을 지키는 이들에게 안내를 받게 된 유은이지만, 이윽고 열리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유은은 조금 전 단이네 일행과 나눴던 대화를...
-50- 화향이 사라졌다. 성치 않은 몸으로 옥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뜻이었다. 감시도 많거니와, 시도 때도 없이 화향의 동태를 주시하던 이들이 있었음에도 애초에 화향이란 자가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으니, 궁은 발칵 뒤집혔고 이 이야기를 듣는 즉시 나갈 채비를 하던 유은과 마아 또한 화향이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뒤지라 명하였다. 화향의 사라졌다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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